이 글은 편의상 반말로 작성되었습니다.
1편에서는 최근 이직을 하게 된 기술적인 이유를 다루었다. 이번에는 그 외의 것들, 조직 문화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Infra 팀의 위치
1편에서 프로세스 개선 의지가 없었다고 했는데, 그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팀이 내가 있던 Infra 팀이었다.
SaaS 환경에서 Infra 팀은 완전한 을이었다. 모든 계획과 업무는 엔지니어링 팀에 맞추어 진행되었고, 보안이나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도 무시당했다. 심지어 코드의 문제임에도 “그거 인프라에서 해결 못해요?”라는 말이 돌아왔고, 결국 억지로 인프라 레벨에서 끼워맞춰 대응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On-prem 환경은 더 심했다. PM팀은 고객사에서 이슈가 터지면 무조건 인프라에 일을 넘겼다. 본인들의 커뮤니케이션 실수나 장비 납품 관련 소통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팀원들은 그 과정을 보지도 못한 채 잘못된 상황만 통보받고, 그걸 수습해야 했다. 맥락 없이 결과만 떠안는 게 다반사였다.
Silo
올거나이즈는 Silo가 매우 심했다. 팀 내에서만 소통하고, 나머지 팀과는 교류가 없고, 본인 팀 일이 아니면 관심도 없었다. 몇몇 업무로 엮인 사이가 아니면 이야기조차 할 일이 없었다.
문서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회사에서는 매일 문서를 쓰라고 했고, 나도 문서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정말 많이 쓰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SaaS 인프라 문서는 내가 다 갈아엎었다.
하지만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몇몇을 제외하면 문서를 쓰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공유가 안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1편에서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인데, 결국 프로세스를 개선할 의지가 없었다고밖에 생각이 되지 않았다.
Infra 팀에 문제를 떠넘기는 것도 이 Silo의 연장선이었다. 각자 팀 범위 밖의 문제는 관심이 없고, 애매하면 인프라에 넘기면 그만이었다. 협력이 아니라 견제와 방관이 기본값이었다.
돌아오지 않는 보상
회사는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재정 긴축을 했다. 상장을 앞둔 회사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긴축의 방향이 이상했다. 자기계발비와 도서비가 사라졌고, 저녁 식대는 승인제로 바뀌었다. 회식비는 예산에 남아 있었다. 연봉 인상률도 절대 높다고 할 수 없었다. 일해도 보상이 따라온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위에서 말했듯 소통도 반응도 없으니 정서적인 보상도 없었다. 팀 내에서의 인정이 거의 유일한 동기부여였다.
개발자의 연봉이 개인의 가치와 완전히 직결되지는 않지만, 분명히 연관관계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적어도 사람을 붙잡아 두려면 정서적이건, 금전적이건 그에 맞는 대우가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
결정적 계기
Infra 팀은 사람이 매우 부족했다. 나도 온보딩을 제대로 받지 못해 초기에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내 뒤에 들어오는 팀원들에게는 가이드를 만들고 최대한 잘 챙겨 주려고 노력했다.
그중 한 명은 다른 사이트로 파견되는 포지션이었다. 그런데 파견을 위해 재계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처우 문제가 생겼다. 현지 생활비나 주거 지원 같은 기본적인 것들이 빠져 있었고, 단순히 환율만 적용한 연봉을 제시했다. 파견을 가면 오히려 금전적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거기에 파견 시 수습을 다시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HR에서는 실수라고 했지만, 그에 관계없이 이미 검증된 사람에게 전할 내용이 아니었다.
그 외에도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결국 그 동료는 퇴사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이직에 성공했지만, 이 사건은 내가 이직을 알아보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회사는 사람을 너무 가볍게 봤다. 그래서는 안 되었고, 앞으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리
전 직장에서의 시간이 전부 나빴던 것은 아니다. 팀 리드와의 방향성도 맞았고, 팀 내에서의 논의와 지식 공유는 항상 활발했다. 지금도 Infra 팀은 나름 돈독한 사이다. 퇴사 후에도 연락하고 있고,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회사는 달랐다. Silo, 보상, 사람에 대한 태도. 1편에서 말한 기술적인 문제도 결국 이 조직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다음 글에서는 이직 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선택,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