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적는 첫 회고입니다. 이전에 비슷한 글을 Medium에 몇 개 작성했다가 폭파했던 전력이 있는데, 아무래도 Medium이 글의 비중이 높고 공개적인 면이 강하다 보니 글을 의식적으로 잘 쓰려하고, 정작 쓰고 나서도 인위적인 느낌이 들어 여러 모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2023년은 기회가 되면 따로 정리하는 것으로 하고, 우선 2021 ~ 22년에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적어 보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개인 블로그로 도망(?) 쳤으니, 사족과 필터링은 최대한 배제하려고 합니다.
백엔드 시작하기
저는 입사할 때 포트폴리오를 React로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프론트도 나쁘지 않긴 한데, 백엔드가 더 커리어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으니 이 쪽으로 해 보자” 제안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이제야 ‘코딩이란 무엇인가’ 하고 있던 와중에 진위를 판단할 수도 없었고, 돌아보면 회사에 백엔드 개발자가 부족해서였던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당시에 나쁠 건 없겠다 싶어서 받아들였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현재 백엔드, Python이 주력이 되었고 프론트는 거드는 느낌으로 유지해서 지금의 상태가 된 것 같습니다.
2021년, 개발만 했던 첫 프로젝트
입사 후 1~2달 정도 뒤 프로젝트에 투입이 되었습니다. 초반에는 Java를 사용했는데, 특정 기능에서 처리 속도가 너무 느렸습니다. 그래서 회의에서 이 부분을 Java 대신 FastAPI + gRPC로 구현하면 속도가 개선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쪽 개발을 제가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FastAPI로 앱을 구축하고, 테스트하고 Docker 이미지까지 제작해서 전달하는 것까지가 제 역할이었습니다. 요구사항 수렴 등 업무적인 부분은 위에서 다 처리해 주셨고, 이후 CI/CD 등의 프로세스도 구경은 했지만 결국 제 담당은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개발만 신나게 했습니다. 덕분에 경험치 쌓기는 좋아서 이 시기에 코딩이 정말 많이 늘기는 했습니다. 당시에 사용했던 gRPC나 라이브러리는 이후에 접할 일이 없었지만 FastAPI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었고 백그라운드 작업이나 Gunicorn의 Server hook과 같은 유용한 기능도 실제로 활용해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번외로 제가 비전공자이기도 했고, 그 외 여러 이유로 1년 차에 상당히 위축되어 있었는데, 주변에서 많이 챙겨 주셔서 저를 더 믿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게 첫 해를 넘겼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22년, 배운 게 없었는 데 있었습니다
2021년이 끝나면서 첫 프로젝트가 끝나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되었습니다. 요약하면 Java + React로 만들어진 서비스를 유지하고 고도화하는 작업이었는데 솔직히 개발 면에서 배운 점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미 서비스가 운영 중인 상태라 장애가 없어야 했기 때문에 리팩토링을 포함한 큰 작업은 최대한 자제하면서 보수적으로 대응하기도 했고, 인계받은 코드도 결함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도 이 프로젝트는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았고, 안 맞는 옷을 강제로 Java + Oracle에 끼워 넣으려다가 총체적 난국이 되었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NoSQL에 조예가 깊지 않음에도 NoSQL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프로젝트에서 아쉬웠던 점을 바탕으로 코드를 새로 구성해 보거나, 개인 공부를 하는 식으로 해소를 했던 것 같습니다.
개발 면에서는 배운 게 거의 없었지만 사람을 대하는 것, 개발자로서 소통◦협업하는 것에 대해 많이 배우고 생각하게 된 프로젝트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때도 이제 2년 차였기 때문에 사수 분들이 대부분 처리를 해 주시긴 했지만, 회의를 따라다니면서 어깨너머로 본 것도 있었고 이래저래 저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오는 경우도 많아서 한 번은 제가 감정 억제를 못하고 폭발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좋게 좋게 넘어갔었는데 이 글을 빌어 다시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이 기점으로 단순히 개발자가 개발만 잘한다고 끝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다른 방면으로 배운 점이 많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사족이지만 이후에 들은 이야기로는 고객이 두 파트였는데 양쪽이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서 작업 내용이 번복되고 기획이 틀어지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 정도 프로젝트면 양반이라는 이야기도 함께…
마치며
개인적으로 다사다난했지만 신입 시절은 무난하게, 아니 꽤나 좋은 편으로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 들어갈 때만 해도 갑자기 덜컥 합격하긴 했는데 “이게 맞는 길인 걸까?”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첫 2년 동안 그런 부분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습니다. 저의 지분도 있겠지만 다른 분들의 도움을 아주 많이 받았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후에도 2023년을 포함해서 프로젝트가 끝나면 간단하게나마 회고를 적으려 합니다. 사실 이전에 글을 터트린 적도 있고 지금 글도 두서가 없어 제대로 쓴 건지 걱정되지만… 계속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