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간단한 회고
· 약 14분
아직 2023년이 며칠 남긴 했지만,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올해도 꽤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간단하게 회고를 적어 보려고 합니다.
첫 사내 프로젝트, 그리고 중단
작년 11-12월 정도부터 실패하더라도 회사 고유 서비스를 오픈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첫 프로젝트에 메인 개발자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모바일 커뮤니티 앱이었고 Flutter + Firebase 라는 무난한 기술 스택으로 진행했는데, 6개월 정도 진행하다가 진척이 없어 결국 잠정 중단되었습니다.
좋았던 점
- 저는 계속 회사 자체 서비스에 대한 열망이 있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첫 사내 프로젝트에 메인 개발자로 선택받았다는 것 자체가 인정받았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 Flutter를 제대로 사용해 보고, 비록 내부 테스트였지만 앱 배포 프로세스도 일부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아쉬웠던 점
- 기획◦가용 인원◦협업◦소통 등 모든 면에서 부족했습니다. 같이 하신 분들의 개인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는데, 꼬이기 시작하자 같이 휩쓸려 버렸습니다. 문제점을 모두 나열하려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생략하겠습니다.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가는 데 중요한 요소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결여된 프로젝트가 얼마나 힘들어지는지 정말 많이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후회되는 점은 프로젝트 진행이 힘들어지는 와중에도 아무도 이를 지적하지 않아, 프로젝트를 개선하거나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자원이 추가로 낭비되었다는 것입니다. 이후에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위쪽에서는 책임감 때문에, 저는 눈치를 보느라 의견 피력을 못 했었음을 서로 고백했는데 결과적으로 악순환이 되었습니다. - 결국 이 프로젝트는 오픈까지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시행착오를 미리 경험하고, 이후에 도움이 될 요소를 남겨두자는 목적도 있었는데 돌아보면 이것도 실패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 프로젝트 진행 방식에 조정이 들어갔고 이후에 시작된 프로젝트 하나가 현재까지 무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가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아마 공식 오픈까지 갈 것 같습니다.
- Flutter를 쓰는 것은 좋았는데, 코드 관리와 협업 방식에서 미숙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앱 개발자 2명이 모두 Flutter 사용이 처음이었고, 업무 외 사이드 프로젝트처럼 진행하다 보니 피드백이 갈수록 적어지다가 결국에는 사라진 점도 컸습니다. 이후에 늦었지만 Flutter 폴더 구조 등 관련 내용들을 틈틈이 찾아보고 있습니다.
- Flutter + Firebase는 분명히 무난한 선택이지만, Firebase 자체의 제약도 많고,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Firebase만으로 모든 기능을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빠르게 문제를 파악하고, 필요한 추가 기술을 도입하여 극복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 iOS에 대한 경험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제가 아이폰이 없고, 맥북도 11월이 돼서야 구매해서 이 때는 다른 분이 도맡아 했기 때문이긴 합니다.
클라우드 운영 업무
올해 초부터 협력사 자격으로 S사 클라우드 운영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운영 업무도 처음이었고, 사수도 1분이 계셨지만 작년까지 막내 느낌으로 개발만 했던 것 과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좋았던 점
- 정량적으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대화하고 임기응변에 대처하는 방식이 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회사 인원이 2명이라서 1명이 부재일 경우 제가 브리핑을 할 때도 있었고, Python 관련 사용자 문의도 대부분 담당하면서 제가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또한 문서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내용을 정리해 공유하는 것에 익숙해졌습니다. 대부분 요구사항에 대응은 하되, 요구사항이 명확하지 않으면 분명하게 조정하고, 아니다 싶으면 쳐내는 것도 배웠습니다. - 업무 환경이 꽤나 고도화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에 Kubernetes와 Elasticsearch 등 DevOps 업무를 직접 접하며 배운 점이 많았습니다. 이전에는 이론을 알아도 무언가 막연하고 와닿지 않았는데, 물론 아직 모르는 부분도 많지만 어느 정도의 윤곽은 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 작년에는 Python을 프로젝트에서 거의 사용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그래도 쓸 기회가 많았습니다. 물론 몇몇은 제가 직접 일을 만든 거지만(...) FastAPI와 Selenium도 사용해 보고, Redis를 이용한 대기열 관리, 스케줄링까지 해 보았으니 나름 유효하게 사용했다고 생각합니다.
- 자동화라는 개념, 그에 따른 업무 효율 향상을 제대로 느낀 첫 프로젝트이기도 했습니다. 전체 수작업으로 인계받았던 업무를 로컬에서 코드를 짜서 반자동화했는데 효과가 좋았고, 이후에 자연스럽게 자동화와 CI/CD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주변 분들이 정 말 편하게 해 주셨고, 잡음도 없었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올려치기를 많이 받았던 프로젝트였습니다.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겠죠.
아쉬웠던 점
- DevOps에 대한 많은 지식을 얻은 한 해였지만, 못해 본 것도 많습니다. 대규모 서비스 대응, etcd를 비롯한 K8s 메인 시스템 제어, 인증서◦비밀번호 관리 등이 아직 미흡하다 생각됩니다. 위치상 건드릴 기회가 없기는 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해 보고 싶네요.
- 확실한 사수가 없다 보니 업무 처리는 하고 있는데, 진행이 잘 된 것인지 판단이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문제없이 종결되었어도 디테일 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개인이, 그것도 본인이 스스로 문제를 피드백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 관련이 없을 수 있지만, 프로젝트 여건상 AI 관련 기능을 접할 수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집에서도 사용빈도가 높지 않았고 지금도 GPT 몇 번 돌려 본 것이 전부입니다. 내년에 개인적으로 공부를 한다면 이쪽에 치중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
- 블로그와 커뮤니티도 조금씩 보고 있습니다. 블로그는 제가 시작했다가 폭파시켰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현재까지는 제일 안정적인 것 같습니다.
- 커리어 외에 다른 요소도 신경 쓰려 노력 중입니다. 운동도 하고, 모임도 나가는 중입니다. 아직 기간도 얼마 되지 않았고 성격이 내향적인 데다가 안 하던 행동을 하려니 적응이 힘들긴 합니다. 확실한 동기부여도 사실은 없는데, 너무 코딩만 하는 것 같아서 억제기 느낌으로 하고 있습니다.
- 이제 저를 개발자라고 소개하는 건 조금 익숙해졌습니다만, 내가 어떤 개발자인지, 어떤 개발자가 될 것인지 명확한 답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짧게 생각나는 것은 있지만 너무 추상적이어서 의미가 없을 것 같고, 계속 고민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 일을 하면서 항상 뭔가 할 줄 아는 것은 많은데, 그에 대한 이해도에 대한 확신이 잘 들지 않습니다. 이렇게 올라운더 느낌으로 가는 게 맞는 건지, 하나를 깊게 파는 게 맞는 건지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우선은 그냥 개인적인 직감이 그렇기도 하고, 환경도 여러 기술 스택을 다룰 수 있는 환경이라서 전자를 택하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항상 한편으로는 저의 수준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제 자신이 양산형 코더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하나를 확실히 마스터했다고 선언하기에는 자신이 없는... 그런 상태입니다. 특히 제가 메인으로 밀고 있는 Python, Kubernetes는 주변에 다루는 사람이 매우 적어서 더더욱 파악이 힘든 것 같습니다. 언제나 아쉬운 점입니다.
내년에는...?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담당 프로젝트가 바뀔 것 같습니다만 아직 확정이 아니고요.
그 외에도 내년에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습니다. 내년 3월이면 저도 만으로 3년 차가 됩니다. 그 시점 전후로 생각이 많이 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개발◦기술 외에 다른 가치도 찾아보려고 합니다. 삶의 측면은 말할 필요도 없고, 개발자라는 직업도 단순히 코딩 잘한다고 끝이 아니라는 걸 해를 거듭하면서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한 번에 모든 걸 바꾸려고 하면 반작용이 심하기 때문에, 천천히 변화를 주려고 합니다.